[사건을 보다]20개월 의붓딸 성폭행에 살인…그는 말이 없었다

2021-09-04 8



5월의 어느날부터인가, 손녀의 소식이 뚝 끊겼습니다.

딸도, 사위도 연락을 받지 않았습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일 거라 믿었지만, 두달 후 찾아간 딸의 집에서 할머니는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던 생후 20개월 된 손녀는 아이스박스 안에서 숨져있었습니다.

아이를 죽인 건 함께 살던 의붓아빠였습니다.

수사과정에선 성폭행 정황까지 드러났습니다.

이번주 들어 남성의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왔지만, 그것조차 쉽지 않다고 합니다.

손녀를 잃은 할머니는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할까요?

Q1. 시신을 오랜기간 집안에 방치했다는 사실도 놀라운데요?

아이가 숨진 건 지난 6월 15일 새벽입니다.

29살 양모 씨가 술에 취한 채 생후 20개월 된 의붓딸을 이불로 덮은 채 1시간동안 폭행해서 숨지게 한 사건인데, "생활고로 스트레스를 받던 중에 아이가 자주 울어서 짜증났다"는 게 살해 이유였습니다.

아이의 외할머니로부터 당시 상황을 들어봤습니다.

[생후 20개월 사망 여아 외할머니]
"(딸은) 그 때 화장실에 있었답니다. 야 ○○○아 다 끝났으니까 정리해. (화장실에서) 나와. 야 나와. 야 ○○○아. 정리하게 빨리빨리 나와 그래서 나갔답니다. 그랬더니 아이가 벌써…"

아이가 숨지자 양 씨는 아이의 친엄마와 함께 시신을 아이스박스에 담아 집안 화장실로 옮겼는데, 시신이 발견된 게 7월 9일입니다.

살해 후 20일 넘게 시신을 방치했던 겁니다.

Q2. 아이를 성폭행까지 했다는데, 사실입니까?

부검 결과 아이의 시신에선 심한 골절과 함께 성폭행 피해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아동학대 살해 혐의 뿐 아니라,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의 혐의를 적용해서 양 씨를 구속했는데, 외할머니는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습니다.

[생후 20개월 사망 여아 외할머니]
"항상 물어봐요. 엄마 어디야, 언제 와, 몇시에 와? 그런데 그날은 제가 말을 안 하고 집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문을 열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까지 3명이) 홀딱 벗고 있더라고요. 그게 3월 이예요. 한 침대에 있었습니다."

Q3. 친딸이 저런 피해를 당하는동안 엄마는 뭘 했던 겁니까?

"상황파악 능력 다소 떨어지는데다 양 씨가 시도때도 없이 때려서 평소 딸이 극도의 공포감에 휩싸여 있었다"는 게 외할머니의 주장입니다.

[생후 20개월 사망 여아 외할머니]
"딸이 맞으면서도 저한테 말 한마디 못 했어요. 밥 먹을 때마다 (남편 양 씨의) 눈치를 봤어요."

하지만 양 씨와 함께 숨진 딸의 시신을 아이스박스에 담아 숨긴 사실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경찰은 아이의 친엄마도 사체 은닉 등의 혐의로 구속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Q4. 양 씨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데요?

숨진 아이의 행방을 묻는 외할머니에게 양 씨가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이 공개되면서 또한번 공분을 샀습니다.

"자신과 성관계를 하면 알려주겠다"는 취지였는데, 양 씨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엔 15만 명 가까이가 동의했습니다.

범행수법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피의자'의 경우에 얼굴과 이름, 나이 등을 공개할 수 있고, 양 씨에게 적용된 13세 미만의 미성년자 강간 혐의도 특정강력범죄에 포함됩니다.

하지만 양 씨는 현재 수사기관에 입건된 '피의자'가 아니라 이미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신분이어서 신상공개는 사실상 쉽지 않아보입니다.

수사과정에서 양 씨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경찰은 "아동학대범죄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될 경우 피해 아동 가족 등에 대한 2차 피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는데, 전문가는 반박했습니다.

[승재현 /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여기서 말하는 2차 피해는 양모 씨의 가족들과 관계인들에 대한 2차 피해인 거지,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는 여기와 관계없는 거죠. 신상공개는 그 사람의 이름, 나이, 얼굴을 공개하는 거지, 피의사실 공표와도 전혀 관계없는 내용인 거죠."

경찰이 신상공개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조차 열지 않은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옵니다.

죽는 순간까지 아이는 얼마나 아프고 두려웠을까요.

사건을 보다, 최석호 기자였습니다.